양림동 허철선선교사사택에서 만난 초여름의 고요한 역사 기행
비가 갠 뒤 공기가 맑았던 초여름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골목길을 따라 걷다 허철선선교사사택에 들렀습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 주택은 주변 한옥들과 대비되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입구의 작은 정원을 지나며 흙냄새와 젖은 풀 향이 섞여 코끝을 스쳤습니다. 이곳은 20세기 초반 양림동 선교사촌의 중심이었던 주택으로, 현재는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나무벤치가 하나 놓여 있었고, 담장 너머로 들리는 참새 소리가 조용히 공간을 채웠습니다. 외벽을 따라 흐르는 빗물 자국이 세월의 무게를 보여주었지만, 그 흔적이 오히려 건물의 품격을 더해주었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오래된 나무 향과 함께 정갈한 기운이 전해졌습니다.
1. 양림동 골목 끝, 벽돌집을 찾아가는 길
허철선선교사사택은 양림교회 뒤편 언덕길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는 ‘허철선선교사사택’을 입력하면 바로 연결되며, 인근 공용주차장이나 양림교회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좁은 골목을 따라 약 3분 정도 걸으면 담쟁이넝쿨이 덮인 붉은 벽돌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길가에는 ‘양림역사문화마을’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언덕을 오르는 길이 조금 가팔라 숨이 차올랐지만, 그만큼 도착 후의 시야가 탁 트였습니다. 주변에는 선교사들이 머물던 사택 몇 채가 함께 남아 있어, 거리 전체가 한 시대의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오후 햇살이 건물 외벽에 닿으며 색이 한층 짙어졌고, 붉은 벽돌의 온도가 따뜻하게 전해졌습니다.
2. 내부 공간의 구조와 세월의 자취
현관을 지나면 나무 바닥이 삐걱이며 발소리를 따라 울립니다. 내부는 작은 거실을 중심으로 방 두 개와 부엌이 이어진 구조입니다. 벽면은 하얀 석회로 마감되어 있었고, 곳곳에 오래된 액자와 흑백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창문틀은 나무로 되어 있어 손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웠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은 손때가 묻은 나무 손잡이가 인상적이었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서재가 나타났습니다. 창문 너머로 양림동의 골목과 멀리 보이는 교회 첨탑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공간마다 세월의 냄새가 묻어 있었지만, 먼지 하나 없이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조용히 서 있으면 그 안에서 사람들의 대화, 서류 넘기는 소리 같은 과거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멈춘 듯한 생활의 흔적이 살아 있었습니다.
3. 허철선 선교사의 삶과 건물의 의미
허철선 선교사는 20세기 초 광주 지역에 교육과 복음 활동을 전개한 인물로, 이 사택은 그의 거주지이자 활동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는 광주의 근대 교육 제도 확립에 기여했으며, 당시 현지 학생들에게 영어와 기초 학문을 가르쳤습니다. 사택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외국인 선교사들이 모여 교류하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외벽에는 당시 사용된 벽돌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창틀 일부는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다른 선교사 건물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생활의 현실감이 담겨 있습니다. 마루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면, 그가 걸었던 동선과 사색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단단한 구조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지는 건물로, ‘기억이 머무는 집’이라는 표현이 어울렸습니다.
4. 아늑하게 정돈된 주변 공간
마당은 크지 않지만 정갈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중앙에는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잎사귀가 소리를 냈습니다. 나무 아래에는 작은 돌의자와 물항아리가 놓여 있었고, 주변에는 계절꽃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방문객을 위한 안내판이 마당 한쪽에 세워져 있었으며, 건물의 연혁과 복원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외벽에는 벽돌 하나하나가 다르게 빛을 받아 세월의 결이 드러났습니다. 햇빛이 마루에 스며들며 나무결이 따뜻하게 번졌습니다. 내부로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을 수 있는 매트가 깔려 있었고, 작은 쓰레기통과 손세정제도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관리가 느껴졌고, 그 덕분에 공간의 고유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볼 양림동의 문화 유산들
허철선선교사사택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우일선 선교사사택’이 있습니다. 벽돌색이 조금 더 짙고 내부 전시물이 풍부해 두 곳을 함께 보면 좋습니다. 또한 근처에는 ‘오웬기념각’과 ‘양림교회’, ‘선교사묘지’가 한 동선으로 이어져 있어 역사 산책 코스로 연결됩니다. 오후 시간에는 ‘펭귄마을’을 지나며 골목 벽화와 예술 소품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카페 ‘양림1899’에서는 오래된 건물 내부를 개조한 공간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사택 방문 후 들르기에 적당합니다. 길 자체가 완만한 언덕이라 걷는 즐거움이 있고, 중간중간 안내 표지가 잘 설치되어 있습니다. 역사 탐방과 여유로운 산책을 함께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양림동은 하루 일정으로 알맞은 곳이었습니다.
6. 방문 팁과 유의사항
허철선선교사사택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내부 관람은 일정 시간에만 가능합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방문하면 관리인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므로 간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부에서는 음식물 섭취와 큰 소리 대화가 금지되어 있으며,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삼각대 사용은 제한됩니다.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지만 햇빛이 강하므로 모자를 준비하면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난방이 제한적이라 따뜻한 옷을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주말 오후는 방문객이 많아 조용히 관람하려면 평일 오전이 적합합니다. 무엇보다 건물이 가진 시간의 무게를 존중하며,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는 여유가 이곳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마무리
허철선선교사사택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광주의 근대사를 품은 살아 있는 증언이었습니다. 외벽의 벽돌 하나, 마루의 나무결 하나에도 세월의 흔적이 스며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갔던 이들의 소박한 신념이 공간 전체에 고요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그 시대의 시간감을 더 깊이 느껴보고 싶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공간, 허철선선교사사택은 도시 속에서 잠시 멈춰 서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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